난데 없는 맥주하고 고구마 사진이 걸려 있어 당황스럽지요.^^ 우리 할아버지께서 이 맥주를 사주신 사연이 좀 각별해서 올립니다. 몇칠이 지나 이글을 쓰고 있는 이시간 현재도 그때 우리 할아버지의 거침 없이 저를 위해 행동하신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습니다.
저는 옥매트 수리를 할때 직접 출장 방문 하여 현장에서 수리를 하기 때문에 좀 거리가 있는 곳도 마다 않고 가는 편입니다.
한번은 거리가 꽤 되는데 수리 의뢰가 들어 와서 할 수 없이 수리거부를 하였는데 워낙 연세가 있으시고 간곡하고 예의 바르게 말씀하셔서 차마 거절을 못하고 출장을 갔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절대로 얼마 안 멀다고 하셨지만 할아버지 사시는 곳을 찾아 가는 거리는 상당한 거리였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강원도에 있다는 철원이 몇키로 안 남았다는 이정표도 막 보이고 생전 듣지도 못한 낯설은 지명도 보이고 날씨는 춥고, 가는 내내 이놈의 내 마음이 변덕을 부려 또 다른 내 마음과 싸워야 했습니다.
어렵사리 당도하니 날씨가 추운데 할아버지께서는 이미 집앞에 마중나와 계셨습니다. 저는 직접 보지 않고 할아버지 목소리로 할아버지 인상을 가늠하지만 찾아 뵈니 생각대로 역시 인상이 무척 인자하시고 온화하셨습니다. 오늘따라 약주를 거나하게 한잔 하셨는지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 있으시고 저를 보자 마자 오래만에 돌아온 자식 대하듯이 너무 너무 좋아 하셨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옥매트 수리를 다 끝나 갈 즈음에 할아버지께서 오신다 가신다는 말씀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신 겁니다.
옥매트 수리비 받고 빨리 가야 하는데, 갈길이 멀어 되돌아 갈 길이 부담되고 해서 걱정이 태산 같은데 말입니다.
뒤이어 한참 후에야 할아버지께서 자전거를 끌고 나타나셨는데 할아버지 모습이 말이 아니였습니다. 자전거 뒤에는 맥주 1병이 노끈으로 묶인채 실려 있고요 어디를 갔다 오시다가 많이 넘어지신 것 같습니다. 그때는 정황이 없어 미처 살펴 드리 못해서 죄송 할 따름인데요 아마 넘어지셔서 다치신 것 아닌지 염려가 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할아버지께서 단순히 술 한잔 하실려고 사오신 지 알고 사오신 맥주에 대해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할아버지 생각은 술을 접대 하시고 싶은 마음에 좀 센 소주는 먹으면 운전을 못 할 것 같고 순한 맥주 한 두잔 정도 먹고 운전하면 괜찮겠지 하고 저보고 한잔 하라고 사오신 모양입니다. 집에는 소주가 있는데 순한 술을 접대 하시려고 일부러 멀리 있는 가계 가서 일부러 사오신 것입니다.
날씨도 추운데 약주를 많이 하신 상황에서 저를 생각하시고 맥주를 사 오실려다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저는 할아버지의 이런 깊은 배려를 생각 못하고 한순간 저는 빨리 가야 하는데 할아버지께서 없어 지셔서 잠시 속 짧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재 나이도 불혹을 넘는 나이인데 아직도 철이 들라면 멀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득한 옛날 추억이 되었지만 우리 아버지께서도 평소에 약주를 너무 좋아 하셨습니다. 하지만 술 드시고 저에게 다가오시는 날이면 저는 굉장히 부담을 느끼면서 외면을 했지요. 그게 아버지가 평소에 유일하게 표현하는 자식에 대한 사랑의 표시인 줄을 모르고 말입니다. 그때 우리 아버지께서도 할아버지처럼 종종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그때는 아버지께서 흘리시던 눈물의 의미를 모르고 자라 왔고 눈물을 보이실때 마다 맏인 저는 못마땅해 했고 항상 충돌이 있어 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디 어린 애들 셋을 놔두고 일찍 돌아 가신 어머니 대신 꾸려가신 아버지의 삶의 무게가 어떠했나 싶네요. 조금이라도 재가 따뜻하게 아버지 마음을 받아 드렸다면 이 험난한 세상 술을 좀 덜 드시고 힘을 내서 사셨을텐데 지금와 생각해 보니 정말 아쉽고 보고 싶습니다.
오늘 할아버지의 눈물과 배려때문에 이미 돌아 가신 아버지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야 할아버지의 눈물을 보고서 삶의 의미를 좀 느끼는 걸 보니 이제야 서서히 철이 드는 모양입니다.
우리 아버지가 간절히 생각나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지금 우리 아버지가 무척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할아버지 사시는 집의 모습입니다. 연탄을 피워 나서 그런지 실내는 비교적 따뜻합니다. 지금 할아버지께서는 차라도 한잔 끓여 주신다고 꽁꽁 얼 생수통을 살살 녹이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 할아버지의 유연한 사고가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아마 저 같으면 사진속 옆에 보이는 헤머로 꽁꽁 언 생수통을 어떻해(?) 하다가 나중에 재 성질에 못이겨 아주 아작을 내 버렸을 텐데 말입니다.^^
글을 쓴지가 동장군이 난리를 치던 한 겨울이었는데 이 글을 올리는 지금은 벌써 봄 기운이 나네요 . 저의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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