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 손이 너무 곱고 예쁘시죠?
저는 지금 옥매트 수리하러 가서 난생 처음 뵙는 우리 할머니 손을 함부로 마음껏 만졌습니다. 그것도 옥매트 수리하는 내내 떼 놓지 않고 할머니 옆에 바싹 붙어서 할머니 손을 어루 만졌습다. 그냥 말로 가르쳐 드려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옥매트 조절기 사용법을 가르쳐 준답시고 본의 아니게 할머니 손을 꼭 붙잡고 옥매트 조절기 사용법을 요리 저리 가르쳐 드렸습니다. 오늘은 처음 뵌 우리 할머니 손길을 원없이 느꼈습니다.
내 아내도 이렇게 하다 못난 저에게 넘어 오지 않았나 싶네요.^^
평상시 우리 할머니께서 앉아 계시는 의자랍니다. 당장 편하게 앉아서 깊은 사색을 하고 싶습니다. 참! 예쁘죠?
수리를 다 마친 옥매트에 열이 제대로 올라 오나 점검을 하려면 매트를 덮어 보온을 해야 해서 이불이 필요한데 할머니께서 가져 오신 이불입니다. 시집 올때 해 오신거라는데 관리를 어떻해 잘 하셔는지 수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색바램이 없이 빛깔이 곱고, 마치 새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끓여 오신 커피와 카스테라입니다. 반듯하게 짜른 카스테라의 각을 한번 보십시요. 저는 두눈 뜨고도 저렇게는 못 짜르겠습니다. 참! 대단한 솜씨입니다.^^
처음 본 할머니 손을 꼭 잡고 가르쳐 들여야 하는 피치 못할 사연이 있었는데 그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할머니 집을 방문해서 초인종을 눌렸는데 한참 시간이 지나도 안나오셨습니다. 그래서 재차 인터폰을 눌렀더니 집안에서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문 안잡겼으니 어여 들와 하신는게 아닌가요? 그래서 할머니 집에 조심조심 들어 갔더니 위의 사진에 보이는 의자에 단아하게 앉아 계시는 겁니다. 처음에는 무슨 요가나 명상을 하시는 시간에 재가 찾아 왔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송스러워 조심스럽게 옥매트 수리 도구 가방을 내려 놓고 할머니 모습을 다시 뵙습니다. 현재 할머니께서 하고 계신 모습은 짙은 검은색 선그라스 안경을 끼고 의자에 바르게 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속으로 좀 멋지게 요가나 명상을 하신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할머니가 좀 별나신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과거 정신집중(?) 한답시고 검은 안대를 차고 그런 적이 있어 할머니께서 그렇게 하고 계신 모습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 갔습니다.
집안은 깨끗하고 집안 물건들이 질서 정연하게 정리 정돈이 아주 잘 되어 있네요.
잠시 후, 할머니께 저는 조심스럽게 수리할 옥매트가 있는 방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고장난 옥매트가 있는 방으로 안내하시려고 할머니께서 일어 서서 걸으시는게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이는게 아니겠어요. 순간 그제서야 할머니께서 시각장애자이신 걸 알았습니다. 이 사실을 안 그때는 처음 시각장애자를 처음 대하는 터라 재가 어떻해 행동하는지 무청 당황스럽더군요. 그리고 솔직하게 잠시나마 속 좁은 생각을 했습니다. 직업적으로 이기적인 생각에 사로 잡혀 내가 고친 옥매트를 저렇게 안 보이시는데 사용하다 조작 잘못으로 사고라도 나면 어떻하지. 하는 좁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뇌리를 스쳐 가는겁니다. 괜히 왔다는 생각도 들고 시각 장애자라는 걸 말 안한 따님도 살짝 원망도 가고 ...... 아마 따님이 시각장애자라는 사실을 알렸다면 안 보여서 위험 할꺼라는 편견때문에 저는 이 핑게 저 핑게 되고 안 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저의 염려 했던거 보다는 훌륭하시게 이해력도 빠르시고 기억하시는 것도 놀라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저는 이정도면 그간 염려 했던 고민을 말끔히 씻어 버렸습니다. 오히려 가르쳐 준 재가 맘이 안 놓여서 가르쳐 준 사용법을 재차 질문하고 조절기 조작을 부탁 드리면 그때마다 정확하게 바로 바로 해 내셨습니다.
우리 할머니의 손을 꼬옥 잡고 있으려니 문득 오래 전에 돌아 가신 친할머니 생각이 나면서 ......
아! 갑자기 아련히 밀려 오는 그간 잊고 지내던 온화하고 따스한 바로 이 느낌!.
그저 바쁘게 일상 생활에 쫓겨 지내오면서 마음한 구석에 굳게 묻어 두었던 따뜻했던 어린시절 추억들이 내 온몸을 감싸는게 아니겠어요.
때로는 손자인 재가 아파 누워 있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재가 자라온 곳은 두메 산골이라 막상 아프다 해도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때마다 밭일 하다 말고 돌아 오셔서, 아무 말씀 없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손자의 얼굴이며 여기 저기 아픈 곳을 어루 만져 주시던 할머니 모습이 떠 오릅니다. 부모를 일찍 잃은 손주들을 바라보는 우리 할머니 심정이 어떠했나......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아파옵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하루 종일 밭에서 호미질 하시다 오셔서, 흙이 묻고 딱딱한 굳은 살 베긴 거친 손으로 이리저리 어루 만져 주시던게 싫었지요. 배가 아파 배를 문질러 주실때는 할머니의 거친 손길에 오히려 저의 배 살결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세월이 어느정도 흘러 나이가 드니 늦게 철이 드는 모양입니다. 그때는 뭣 모르고 싫어 했던 일들이 세월이 흐를 수록 할머니의 정겨운 손길이 새록 새록 나니 말입니다. 이제는 흙 묻었던 거칠은 손으로 어루 만져 주시던 할머니 손길이 무척 그립습니다.
할머니 손을 오래 잡는게 좀 멋적어서 할머니 손이 참 고우시고 예쁨니다. 예뻐서 할머니 손만 사진 한장 찍어 가겠습니다. 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그런가? 난 평생 눈이 어두워 내손을 보지는 못했는데 진짜 예쁘긴 예쁜가? 하시며 소녀처럼 수줍어 하시고 무척 좋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할머니께서 친히 손님이 왔다고 커피를 내 오신다고 부엌으로 가셨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성의를 거절한다면 마음에 상처를 받으실 까봐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께 죄송스러웠지만 커피 끓여 오시는 내내 저는 일어 서서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지켜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염려와는 다르게 할머니께서는 아주 능수능란하게 커피를 척 끓여 오셨습니다. 커피 맛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습니다.
갑자기 할머니께서 안방에 가시더니 아주 오래 된 다리미를 가지고 오셔서 저를 적잖이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고장이 나서 못쓰고 있는데 좀 고쳐 달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안보이시는 분이 다림질이라 이거 참 난감했습니다. 재가 그런 염려를 하는 걸 아시는지 아주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사용했다는 걸 강조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할 수 없이 고쳐 드렸는데, 옥매트수리하는 시간 보다 다리미 고치는 시간이 길었지만 너무 좋아 하시는 할머니 모습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생각컨데, 아마 시각 장애자이신 할머니께서 다리미질을 하실려고 하는게 아니라 다리미질 할게 있으면 남한테 시키시려고 미리 고칠려고 하시려는 것 같습니다만 왠지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가 없습니다.
시각장애를 가지신 할머니 생활을 좀 지켜 보니, 보는데 지장이 없는 사람과 다름 없이 아무 불편없이 살아 오신 것 같습니다. 다만 일처리하는 시간이 느려서 그렇지 생활 하시는데 별 지장이 없는 듯 보입니다. 우리 할머니는 지금 한시를 가만히 안계십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은 가만히 계실 것이라는 저의 편견을 깨는 순간입니다. 혼자서 할것 다 하시네요^^ 하지만 저에게는 이런 광경이 처음이라 시각 장애를 가지신 분의 생활에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너무 불편해 보이고, 너무 위험해 보이는 마음을 억누를 수 가 없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옥매트 수리를 다 마치고 나서 수리비를 주시는데 옥매트수리비 지폐금액을 정확하게 계산해서 주시던데요. 마치 손끝에 눈이 있으신것 같았어요.^^
여기서 잠시, 생각을 깊이 해 보니 문득 오히려 재가 마음속에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닳았습니다.
정상적으로 두눈을 뜨고 보고 살면서 벌어지는 광경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왜곡된 시선과 생각을 가지고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아주 오랜만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다시 뵌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까지도 설레고 흥분되죠? 저는 아버지 어머니를 일찌 여의고 할머니 품에 자라서 그런지 어느 할머니를 뵙든 간에 남다르게 깊은 감회에 젓곤 한답니다^^
처음 만나 뵜을때는 어색해서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스럽게 꺼내 대화를 해 드렸습니다만 세월이 어느정도 지난 지금 현재는, 이러면 안돼지만 너무 친해져서. 우리 할머니 하고 요렇게 말 트고(?) 지냅니다.
할머니? 오늘 뭐 하시고 지내 셨어? ^^
곧 있으면 명절이 다가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나, 부모님을 만나시거든 거두절미하고 우선 손부터 꼬옥 한번 잡아 보시는게 어떠습니까?
'AS문의 010-2856-2856 일상 생활과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신저 피싱 (Messenger Fishing) (0) | 2010.08.26 |
---|---|
기름치 (Oil Fish) 식용금지 (0) | 2010.08.26 |
냥이야! 어디서 연탄 장사하다 왔니? (0) | 2010.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