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가 아주 많으신 어르신들이 옥매트 수리를 의뢰하면 우선 순위로 가서 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아파트나 연립 보다는 단독이나 한옥이 주소로 되어 있으면 좀더 바짝 신경 써서 가고 있습니다. 특히 온돌에서 생활 하셨던 나이가 드신 분들은 옥매트를 아주 보물 여기 듯 사용하고 계셔서 옥매트가 고장이 나면 무척 곤란하기 때문에 긴급을 요하는 옥매트수리 의뢰가 많이 들어 오는 편입니다.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연세가 꽤 있으신 분이 다급한 목소리로 옥매트 수리 의뢰를 하셨습니다. 거리도 꽤 돼고 돈 되는 걸로 따진다면 시간상 손해가 나는 곳이였습니다. 어렵사리 찾아 가서 보니 값이 나가는 옥매트라 수리비가 꽤 나왔는데 수리비 금액을 보시고 첫날은 야속하게도 수리비가 너무 비싸다고 하시면서 저를 그냥 돌려 보냈습니다. 그리고 하루정도 지나서 다시 수리하기로 하셨는지 저를 다시 부르셨어요. 다른 옥매트 수리 약속이 미리 잡혀 있기도 하고 저를 돌려 보낸 야속한 마음이 들어 좀 시간을 두고 해결해 드리렬고 했으나
동사하면 책임지라고 협박(?)아닌 협박을 하셨고 그래도 재가 말을 듣질 않자 솔직하게 고백하셨는데 진짜 원인은 부부싸움을 하셔서 혼자 주무셔야 할 처지이시랍니다. 자존심 구기고 할머니 옆으로 가기 싫다고 남자 체면 좀 살려 달라고 저에게 남자대 남자로 솔직하게 고백을 하셨습니다만 이 사실은 나만이 알고 있는 1급(?) 비밀입니다.^^
날씨가 추운데 다시 불러 미안 하셨는지 차나 한잔 타 줄까? 기다려 하시고는 이방 저방 누군가를 찾으시다 찾는 분이 안계시는지 좀 망설이시다가 부엌으로 바로 가셨습니다. 저도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없에려고 맛있게 많이 타 주세요^^ 하고 주문을 드렸습니다. 나중에 이야기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많이 타 주세요! 이 말이 할아버지를 크나큰(?) 고민에 빠뜨리게 하고 저에게는 큰 화근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커피 끓여 오시는 시간이 상당히 걸렸습니다. 옥매트수리를 다해 가도록 오시지 않고 부엌에서는 가끔 할아버지의 신음 소리가 나고 계속 달그닥 거리는 소리만 나는 것이 아니겠어요. 한참만에야 커피를 타 오셔는데 커피 양이? 저 쓰러질 뻔 했습니다. 또한 간이 맞을랑가 몰라 어여 식기전에 빨랑 들어 하시는데, 간이 맞을랑가 몰라 그 의미를 타오신 커피를 한 모금 마셔 보고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끓여 주신 커피 맛은 꿀처럼 너무 달고 진했습니다^^. 하지만 도의상 내색은 할 수 없고 맛있다는 걸 보여 드릴려고 그냥 쭉 드리켰습니다. 저 많은 양을 말이죠. 할아버지께서는 매우 흡족해 하시면서 오! 다행히 내가 탄 커피가 입에 맞나 보네 다행이군. 커피를 무척 좋아 하나벼? ^^ 뜨건 물 더 있는데 좀 더 타 줄까? 라고 말씀하시는게 아니겠어요. 저는 갑자기 본능적으로 살아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이 혼미해진 걸 참고 정색을 하며 극구 사양 했습니다. 사실, 그날 할아버지끼 끓여 주신 사발 커피는 너무 너무 진하고 너무 너무 달고 맛 있었습니다(흐흑__).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옥매트 수리가 다 끝나 갈 즈음에 마실 나가신 할머니께서 돌아 오셨습니다만 할머니의 시선은 방바닥에 있는 사발 커피잔에 시선을 고정하시고 무척 놀래는 눈치셨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할머니가 놀래신 사연은 이렀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잠깐 담배 피러 나가신 틈을 타서 할머니께서 넌지시 저에게 저 커피 누가 탔냐고 물어 보셨습니다. 전 아무 생각 없이 할아버지께서 타 주셨는데요 했더니 할머니께서 하신 첫 말씀은 저 영감 이제 돌아 가실 모양이네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이 말씀을 듣고 저는 순간 말씀을 좀 과격하게 하신단 느낌이 들었는데 할머니께서 살아 오신 과정을 듣고 보니 어렵풋이 이해 갔습니다. 이날 평생 시집와서 살면서 직장 생활 하신 것 말고는 집에서는 이렇게 남을 위해 손수 직접 하신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어느 할아버지께서 다 그러시듯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와 한날 한시를 떨어져서 지내 보신적이 없고 식사때가 되면 할머니께서 손수 차려 주셔야 드시고 집안에서 모든 일을 혼자 하실 줄 모르시는 분이였답니다. 할머니의 표정은 할아버지가 손수 커피를 타왔다고 하니까 좀처럼 믿기지 않으신 모습입니다. 남을 위해 손수 부엌에 들어 오신게 처음이 아닌가 싶다고 하시네요^^
더군다나 더욱 저를 놀래게 하는 내용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커피를 안 좋아 하셔서 자식들 올때만 끓여 주는 거라 어디 한쪽 깊숙히 넣어 놨는데 어떻해 찾으셨는지 무척 궁금해 하셨습니다. 살림을 하시는 할머니도 지금 찾으라면 못찾는 상황이랍니다. 만약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평소에는 할머니의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불러서 커피를 끊여 내 오시게 하지 절대 이렇게 직접 하실 분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제서야 저는 커피 끓여 오는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와 커피를 큰사발에다 타오셨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난생처음 커피를 타시면서 커피를 많이 달라고 하는데 미안한 마음에 커피잔 말고 큰 사발 종재기에다 타기로 결론을 내릴때까지 무슨 그릇에다가 탈까 하고 얼마나 고민을 하셨을까요^^ 아마 추측컨데 커피잔을 못찾으신 같기하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좋아 하지도 않는 커피지만 혼자 마시면 미안해 할까봐 저를 배려 해 주시려고 할아버지것도 함께 타 오신 배려, 가슴이 따뜻해 집니다.
그날 할머니께서는 저에게 불만 섞인 어조로 할아버지 흉 아닌 흉을 보셨지만 지금까지 오래 동안 살아 오시면서 할아버지의 또다른 좋은 면목을 발견하셔서 그런지 그리 싫지만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수리 다하고 나서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두내외분께서 날씨도 추운데 대문 밖까지 친히 배웅을 나오셨습니다. 저는 집을 나서며 부부 싸움으로 어색하신 분위기를 누구려 드릴려고 할아버지께 손수 타 주신 커피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할머니께도 이런 맛있는 커피 종종 타 주시는 거죠? 하고 여쭈었더니 그냥 대답은 못하시고 허허 참! 허허 참! 이라는 말씀만 연신 하시며 당황해 하시는 표정이^^ 그때 연세가 90이 넘어 가는 할아버지 얼굴에 사춘기때 소녀에게 처음 데이트 신청할때 당황해 하는 수줍은 소년의 얼굴을 보았고 할머니 표정에서는 처음 소년에게서 사랑고백을 기다리는 홍조를 띤 예쁜 소녀의 얼굴 표정을 보았답니다.^^
하루 옥매트 수리를 다 마치고 잠자리에서 돌이켜 보니 할아버지께서 난생처음 타 보시는 커피를 위해 부엌에서 헤메시고 고민을 하신 모습이, 내 머리 속에서 한편의 영화 필름처럼 흘러 가는데 저도 모르게 살며시 웃음이 머금어 지는 하루였습니다. 일하다가도 문득 문득 할아버지의 난생 처음 끓여 보는 커피때문에 부엌에서 헤메이시고 고민하는그런 모습이 떠 올라 추운날 마음이 훈훈해 집니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아내가 타 와야만 커피를 드시는 간큰 남편분은 요즘 없겠지요^^
이글을 읽고 연말 연시에 모든이에 조금이라도 가슴이 따뜻 해졌으면 합니다.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이만
처음에 배를 내 오셔서 차례 지내고 난 과일을 내 오셨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꼭지가 그대로 있고 배 살이 뭉턱 깍인걸 보니 할아버지께 친히 깍아 내 오시려다 포기하고 할 수 없이 그냥 깍아 먹으라고 통채로 내오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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